작년 여름 정도였을 겁니다. 일도 그렇게 바쁘지 않고 해서 몸이 찌푸둥 했는데 갑자기 바다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차로 한참을 달려서 겨우 바닷가에 도착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따라 날씨가 좋지 못했습니다.
가는 동안에도 계속 바람이 불어대길래 차를 돌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기왕에 나온 거 끝까지 가보자 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안그래도 바닷바람이 매서운데 날씨까지 이러니 더욱 바람에 거세게 불었습니다.
하늘도 어두컴컴한 게 당장 뭐라도 쏟아질 듯 해서 날 잘못 골랐다 하는 생각 밖엔 들지 않았습니다.
맑은날 높푸른 하늘과 드넓은 바다를 보고 싶어 먼 걸음을 했는데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 바닷가로 떠나는 여행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닷가는 자주 가보는 편입니다만 이렇게 거센 바람에 수면이 일렁이는 광경은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이것도 나름 좋은 풍경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연거푸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다음 멍하니 얕은 파도가 출렁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날씨 탓인지 지금쯤이면 한창 조업을 해야할 어선들도 대부분 부둣가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수면 위에 부표들만이 외롭게 떠서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옮겨 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주변에 괜찮은 분위기의 커피숍이 보였습니다.
제가 또 커피 애호가이다 보니 참새가 방앗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잔 사들고 바닷가로 갔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방파제에서 마시는 한 잔의 카페라떼가 이렇게 향긋한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바닷가에 자랐기 때문에 지금도 우울하거나 할 때면 항상 바다를 떠올리곤 합니다.
형편 상 그곳에 가지 못한다면 바다풍경이 보이는 영상을 띄워 놓고 혼자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리라도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참동안 바람부는 바다를 바라보며 지나간 옛 생각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는데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게 방금까지만 해도 집어삼킬 듯 시커먼 하늘이 금새 저렇게 하얀 구름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마치 아까까지만 해도 험상궂게 인상을 쓰던 사람이 금새 환하게 웃는 것처럼 적응이 안됩니다.
그래도 처음에 바다로 떠날 때 가졌던 기대처럼 맑은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보게 되니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바람의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무거운 먹구름도 일순간에 저렇게 멀리 날려 버리니 말입니다.
바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만 바다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갑자기 이게 또 무슨 일입니까? 또 다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곧바로 비를 뿌려버렸습니다.
오늘 여행 일정은 그다지 좋지 못한 듯 합니다.
급히 방파제 옆에 세워 둔 차 안으로 피신을 한 다음 비가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습니다.
제가 이렇게 감성적인 면이 다분합니다.
사실 바다를 바라보면 20대 한창 연애하던 시절 동네에서 썸을 약간 타려고 했었던 한 여인이 생각납니다.
그녀의 고향은 바닷가가 아니었습니다만 가끔씩 가까운 바닷가를 거닐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습니까? 저는 이미 결혼을 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마음 속에 묻고 살아가는 것도 인생의 아름다운 한 조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밤이 되니 이제야 바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듯 합니다.
그토록 퍼붓던 비는 저녁 무렵을 기점으로 사그라 들고 밤 8시 정도가 되니 맑은 밤하늘이 드러났습니다.
그 사이로 보름달이 모습을 나타내었는데요 수면에 반사된 달빛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는 바닷가에 살았지만 집안에 어부는 없었고 바다 가까이가 아닌 약간 내륙에 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처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바다를 찾을 기회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거주하는 덕택에 그럴 기회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이야기에 대해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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