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물메기탕
즐거운 연휴가 끝나고 나니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연휴기간이 길어서인지 아침에 눈을 뜨기가 만만치 않았는데요 그래도 힘들게 일어나긴 했습니다.
설날 고향에 다녀오면서 남해안 도로를 일주했습니다.
남해안 일주도로라고들 말씀 하시던데 정확한 명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넓게 펼쳐진 수평선 위에 하나씩 보이는 작은 섬들이 아주 매력적이란 것입니다.
남해안은 한 가지 장점이자 단점이 해안으로 밀려드는 큰 파도가 없다는 점입니다.
단점으로 치자면 큰 파도가 없기에 파도를 이용한 물놀이를 즐기기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높은 파도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동시에 어업을 하기에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유인 즉, 해안선 가까이에 위치한 크고 작은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섬들을 개발하여 낚시터나 휴양지로 만들 계획도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남해안을 여행할 때마다 차를 타고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곤 하는데요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저멀리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적어도 저한테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아니 그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해 집니다.
원래 여행이라고 하면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먹거리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해안 일주도로를 드라이브 하다가 맛보게 된 물메기탕을 소개할까 합니다.
물메기탕이라고 하면 강원도나 경상남도 쪽에서 많이들 드시는 바다음식입니다.
남해안에서는 부산이나 통영 그리고 고성 등지에서 맛볼 수 있는데요 국물맛이 일품입니다.
잠깐 물메기라는 물고기에 대해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은 구하지 못했습니다만 일단은 아주 못생긴 물고기로 뭉툭하면서도 투박한 인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못생긴 고기라고 해서 잡히면 그대로 바다에 버리곤 했답니다.
그 시절이 행복했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물메기의 맛을 알고 난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생긴것 만 보면 저걸 어떻게 먹어 하실지 모릅니다만 물메기탕 한 번 드시면 또 생각나실 겁니다.
쏨뱅이목에 꼼치과에 속하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일단은 살이 아주 연합니다.
저도 한 그릇 먹었는데 살이 어찌나 연한지 마치 국물 속에 솜뭉치가 들어있는 듯 했습니다.
보통 생선들은 그래도 살이 씹히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전혀 그런게 없이 입에서 녹아버립니다.
<자산어보>에서는 미역어로 기록이 되어 있다는데요 아마도 살이 미역처럼 물러서 그런가 봅니다.
게다가 이 녀석은 별명이 하나 있는데 '물텀벙'이라고 합니다.
잡았다가 놓아 줄때 물에 빠지는 소리가 그렇게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합니다.
몸 길이는 최대 28cm까지 자라는데요 수심 50~80m 정도 되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류입니다.
하여간 거두절미하고 해장국으로서 물메기탕만한 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근데 가격은 아주 비싼 편에 속합니다. 한 그릇에 1만 5천원 정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물 맛 자체가 속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하니 그 정도 값어치는 한다고 하겠습니다.
물메기는 특이하게 쓸개만 제외하고는 탕에 넣어서 끓여서 먹습니다.
실제로 국물 안에 살코기 외에도 각종 내장들이 다 들어 있었지만 저는 성격 상 살만 먹고 말았습니다.
물메기는 살이 너무 연해서 처음부터 넣고 끓이면 살이 국물에 다 풀려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는 무와 각종 야채들을 넣어서 끓인 다음 손질한 물메기를 넣고 한동안 끓여줍니다.
그런 다음 파나 고추를 넣어 국물을 얼큰하게 만들고 나서 각종 양념을 넣어서 먹습니다.
제가 갔던 물메기탕집은 양념을 거의 넣지 않은 지리형태로 끓여서 주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양념을 벌겋게 넣어버리면 물메기 본연의 맛이 사라져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봐도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양념을 조금 달라고 했더니 주시길래 조금 넣어서 먹어보았습니다.
맛은 더욱 나는 것 같은데 왠지 물메기탕 본연의 맛이라고 하는 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다음 번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사장님 해 주신대로 먹으려고 합니다.
여기까지 설 연휴를 맞아 남해안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물메기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항상 여행이라고 하면 볼거리만 생가했었는데 이제는 먹거리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이나 통영 그리고 고성 지역을 비롯한 남해안을 여행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물메기탕 한 그릇 하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 됩니다.